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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 없던 기간에 읽은 것들 — 빅데이터라는 말이 막 퍼지던 때

두 번째 회사를 나왔고 다음이 아직 안 정해졌다. 이력서를 넣고 답을 기다리는 시간이 대부분이다. 그 시간에 무엇을 할지가 문제였는데 면접 준비가 맞을 텐데도 당장 쓸 데 없는 자료를 읽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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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모아 둔 자료들

받아 둔 PDF 폴더를 열어 보면 이런 것이 있다.

보고서 어느 것에나 여러 대에 나눠 처리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내가 만져 본 적은 없는 것들이다. 정책 자료의 근거가 되는 공공데이터법은 올해 7월에 만들어졌고 시행은 아직이다.

마지막 항목이 뜬금없어 보인다. 데이터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찾다가 스포츠 분석이 눈에 들어왔던 것 같다. 왜 하필 농구였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슛 위치를 좌표로 다뤘다

농구 논문 하나가 슛을 쏜 위치를 좌표로 기록해서 분석한 것이었다. 코트를 격자로 나누고 어느 칸에서 몇 번 던져 몇 번 넣었는지를 센다. 표로 옮기면 CSV 가 되고 Excel 에서도 열리는 모양이다.

이런 것도 데이터라고 부르는구나 싶었다. 그때까지 내가 다룬 것은 회원 정보나 주문 내역이나 게임 아이템이었고 전부 누가 무엇을 했다는 기록이다. 이건 어디서 무슨 일이 일어났다는 기록이다. NBA 쪽은 이런 기록을 경기마다 쌓는다고 하는데 모아 놓으면 경기를 보면서는 못 보던 것이 보인다고 한다.

숫자로 바꾸면 무엇이 사라지나

다른 논문은 선수를 평가하는 수식을 만드는 내용이었다. 득점만 보면 안 되고 여러 지표를 합쳐야 한다는 것이 요지다.

읽으면서 걸린 것이 있다. 수식이 복잡해질수록 그 수식이 무엇을 뜻하는지 설명하기 어려워진다. 이 선수가 왜 높은 점수를 받았느냐는 물음에 답하려면 결국 수식을 한 줄씩 뜯어야 한다.

숫자로 바꾸면 비교는 쉬워지는데 대신 그 과정에서 무엇이 사라지는지가 걸린다. 지표는 무언가를 버려야 만들어지는 것 같다. 그런데 무엇을 버렸는지는 지표만 봐서는 안 보인다. 아직 안 풀린 의문이다.

당장 쓸 데가 없어도 읽었다

R 로 그래프 그리는 방법을 다룬 자료가 있었다. RStudio 를 깔고 CRAN 에서 ggplot2 를 받아 예제를 따라 해 봤다.

d <- read.csv("shots.csv")
ggplot(d, aes(x, y)) + geom_point()

read.csv() 로 읽으면 data.frame 이 되고 aes() 에 어느 열을 어느 축에 놓을지 적으면 geom_point() 가 점을 찍는다. 코드로 그림을 그리는 것은 처음이었다.

웹 화면 만드는 것과 완전히 달랐다. 화면은 내가 배치를 정하는데 이건 데이터가 모양을 정한다. ggplot2 는 값을 바꾸면 그림이 바뀌는데 그 감각이 재미있었다.

정책 자료에는 공공 기관 데이터를 CSV 같은 형태로 개방한다는 내용이 있었다. 포털을 만든다는데 아직 계획 단계다. 그걸로 무엇을 만들지 한참 생각했지만 구체적인 것은 안 나왔다. 데이터가 있다는 것과 쓸 수 있다는 것은 다른 것 같다.

솔직히 대단한 것을 하지는 않았다. 읽고 몇 개는 따라 해 보고 대부분은 저장해 뒀다. 파일 이름만 남은 것도 많고 열어 본 기억이 없는 것도 있다.

그래도 남는 것이 있다.

세 번째가 제일 크다. 모르는 분야를 읽는 데 대한 저항이 줄어드는 느낌이 있고 급하지 않은 것을 읽을 시간이 자주 오지는 않을 것 같다.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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