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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 없는 중계 보드

개발 항목 목록에 이런 것이 있었다.

전력선 통신 신호 감쇄 방지를 위한
전력 분기점 설치형 네트워크 연장 보드(무전원)

무전원이 괄호로 붙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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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쇄가 문제다

PLC 는 전력선에 신호를 실어 보내는 방식이라 신호가 약해진다.

거리가 멀수록 약해짐
분기점을 지날 때마다 갈라짐

거리도 문제지만 분기점이 특히 커 보인다. 한 줄기가 여럿으로 갈리면 각 갈래에 남는 세기가 dB 단위로 그만큼 준다.

DCU 에서 수용가까지 가는 길에 분기점이 몇 번 끼면 끝에서는 알아볼 수 없는 신호가 된다. 그래서 중간에 살려 주는 장치가 필요하다.

증폭과 전원의 관계

이럴 때 보통은 중계기를 둔다.

신호를 받아 → 증폭해서 → 다시 보냄

가운데 증폭에 전원이 든다. PLC 신호를 키운다는 것은 어디선가 에너지를 가져와 더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 항목은 무전원이다. PLC 가 타고 가는 전력선 바로 옆인데 전원이 없다는 것이 처음에는 이상해 보였다.

제약 — 무전원이라는 요구

전력선이면 전기가 흐르고 있으니 거기서 뽑으면 될 것 같은데 굳이 무전원으로 잡아 뒀다. 이유가 몇 가지 짐작된다.

첫째는 설치다. 전원을 쓰려면 결선이 필요하고 분기점마다 사람이 가서 전기를 따야 하는데 무전원이면 PLC 선로에 그냥 붙이면 된다.

[전원 있음]  변환부·평활부 — 부품이 늚
[무전원]     그런 게 없음

둘째는 고장이다. 전원부가 있으면 변환부와 평활부가 따라붙고 그 부품들이 고장 자리가 된다. 전력망 설비는 오래 가야 하므로 부품이 적을수록 낫다.

셋째는 안전이다. 전력선에서 전원을 따려면 22.9kV 급 배전 선로의 높은 전압을 다뤄야 할 수 있다.

이유가 짐작됐다

셋을 나란히 놓으면 무전원이 불편한 제약이 아니라 의도한 선택으로 읽힌다. DCU 아래 분기점마다 놓일 물건이라 설치와 고장과 안전을 한꺼번에 더는 쪽이 맞는다.

그 대신 할 수 있는 일이 줄어든다. 제약이 성능을 깎는 만큼 다른 것을 얻는 거래인 셈이다.

그럼 어떻게 하나

전원 없이 신호를 살리는 방법이 무엇일지 생각해 봤다. 증폭은 못 한다.

[증폭]      약한 신호를 키움 — 전원 필요
[손실 감소]  덜 잃게 함 — 수동 소자로 가능

에너지를 더하는 쪽이 막혔으니 덜 잃게 하는 쪽일 것이다. 분기점에서 dB 가 깎이는 이유가 갈라지는 것만은 아닐 것 같았다.

임피던스 가 안 맞으면 반사가 생겨 보낸 신호의 일부가 되돌아온다. LC 같은 수동 소자로 정합을 맞춰 주면 전원 없이도 통과량이 는다.

주의 — 자료에 없는 방식

다만 이것은 추정이다. 자료에는 방식이 안 나와 있다.

[알아낸 것]  무전원이라는 요구
[모르는 것]  어떤 방식으로 달성하나

개발 항목 목록에는 무엇을 만드는지가 있고 어떻게 만드는지는 없다. LC 로 짰는지 다른 소자를 썼는지는 회로를 봐야 안다.

읽어서 알아낸 것과 짐작한 것을 섞지 않는 편이 낫다. 나중에 회로를 봤을 때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가 그 구분에서 나온다.

설치 위치가 정해져 있었다

이름에 위치가 들어 있다.

전력 분기점 설치형

아무 데나 두는 것이 아니라 분기점에 둔다. 손실이 큰 자리에만 두겠다는 뜻이다.

[균등하게 여러 개]  손실이 적은 곳에도 붙음 — 낭비
[분기점에만]        필요한 곳만

거리 기준으로 깔면 dB 손실이 적은 구간에도 붙어 낭비가 된다. 분기점만 고르면 개수가 크게 준다.

개수가 줄면 비용만 주는 것이 아니다. 고장이 났을 때 어느 것인지 찾는 일도 개수만큼 쉬워진다.

이름에 담긴 네 가지

이 대목이 인상적이었다. 이름 하나에 네 가지가 들어 있다.

어디에 두나    분기점
무엇을 하나    네트워크 연장
왜 필요하나    감쇄 방지
제약이 뭔가    무전원

PLC 중계기라고만 했으면 무엇을 하는지만 남는다. 제약과 위치는 별도 문서로 가고 그 문서는 만드는 동안 잘 안 열린다.

무전원이라는 제약이 이름에 없으면 만들다가 전원 하나 따면 되지 않느냐는 쪽으로 갈 수 있다. 이름에 있으면 부를 때마다 그 제약을 같이 보게 된다.

왜가 앞에 있는 목록

이 자료 전체가 그런 형태였다. 각 항목이 한 줄인데 그 안에 목적과 위치와 제약이 들어 있다.

디지털 패킷망과 아날로그 시그널망 간 연결을 위한 변환기 개발
다중 라우터 환경에서 하위 장치 제어를 통한 유연한 망 제어를 위한 보드

무엇을 위한 것인지가 계속 앞에 온다. 만드는 것보다 왜 만드는지가 먼저 적혀 있다.

읽는 쪽이 판단할 수 있게 하는 형태다. 목적을 알면 시키는 대로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수단이 있을 때 그것을 제안할 수 있다.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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